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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투데이] 병간호는 내가 했는데 상속은 똑같이 나눠야 할까요?
2026-06-22
"부모님 병간호는 몇 년 동안 제가 했습니다. 병원도 제가 모시고 다녔고, 생활비도 보탰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연락도 거의 없던 형제가 법대로 똑같이 나누자고 합니다. 정말 그래야 하나요?“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하소연을 자주 듣게 됩니다. 오랜 시간 부모님을 곁에서 돌본 자녀일수록 억울함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 진료를 함께 다니고, 응급실을 오가며 밤을 새우고, 식사를 챙기고, 경제적인 부담까지 감당했는데, 정작 상속 문제에서는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형제자매와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효도한 자녀가 더 많은 상속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면, 부모님을 돌보지 않은 자녀는 상속권을 잃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부모님을 모신 자녀일수록 "왜 똑같이 나눠야 하느냐"는 허탈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나 상속은 '누가 더 효도했는가'의 문제는 아닙니다. 법은 원칙적으로 자녀에게 동일한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했거나 연락이 뜸했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명절에 얼굴을 비춘 횟수나 평소의 친밀도가 상속의 결론을 좌우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정말 병간호를 도맡아 한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가 똑같이 나눠 가져야 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민법은 '기여분'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 부분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기간 부모님을 전담해 부양했거나 부모의 재산을 유지하고 늘리는 데 특별한 역할을 했다면, 다른 상속인보다 더 많은 재산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장기간 투병이 이어져 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직접 간병했거나, 병원비와 생활비를 꾸준히 부담하며 사실상 부양을 도맡아 온 경우라면 다른 상속인보다 더 많은 몫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사업을 무급으로 도우며 재산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돌봤다고 해서 모두 기여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거나 명절마다 용돈을 드린 정도를 넘어, 실제로 어느 정도로 부양을 책임져 왔는지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부모님 생전에 특정 자녀가 결혼자금이나 주택 마련 자금 등을 지원받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을 부양하며 경제적 부담을 감당한 자녀가 있는 반면, 이미 생전에 상당한 도움을 받은 자녀가 있다면 단순히 똑같이 나누는 것이 과연 공평한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속 과정에서는 기여분뿐만 아니라 이러한 특별수익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공평을 기하는 방향으로 최종 상속분을 결정하게 됩니다.
결국, 상속은 누가 더 효도했는지를 가리는 일이 아닙니다. 부모님을 돌본 시간과 생전에 받은 도움 등을 함께 살펴 재산을 나누게 됩니다. 그러나 가족 사이에 쌓인 서운함과 억울함까지 법이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을 오랜 기간 돌본 자녀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고, 다른 형제들은 법이 정한 기준대로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쉽게 닿지 못하면서 상속 분쟁은 단순한 재산 다툼을 넘어 가족 간의 깊은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상속은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 뒤 갑자기 생겨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부모님을 돌보고 있는 지금 이 시간 역시, 훗날의 상속과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부양 과정에서 발생한 기록을 세심하게 남겨두고, 부모님의 재산 상황이나 생전 증여 여부를 미리 확인해 두는 작은 준비가 훗날 가족 간의 불필요한 다툼을 예방하는 열쇠가 됩니다. 부모님 또한 평소 자신의 뜻을 명확히 밝혀두신다면, 남겨질 가족들이 겪을 혼란과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상속은 누군가의 죽음 이후 시작되는 절차이지만, 그 안에는 살아 있는 가족들이 함께 보낸 시간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병간호에 쏟은 시간과 정성이 반드시 돈의 가치로 환산될 수는 없겠지만, 부모님을 돌본 시간과 정성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미리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억울함과 다툼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물리적인 절차가 아닙니다. 부모님을 기억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도, 반대로 오랜 서운함 끝에 가족이 등을 돌리는 안타까운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