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대전투데이
대전학교폭력변호사 "학교폭력은 학교가 알아서 처리해준다" 정말 그럴까요
2026-08-04
"학폭위 열렸으니 이제 기다려보세요. 결과 나오면 다 정리될 겁니다."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들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 중 하나입니다. 담임교사나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이른바 학폭위 절차를 안내하며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이야기합니다. 부모들 역시 학교의 판단과 조치가 이루어지면 이번 일도 자연스럽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학교가 나서서 아이가 겪은 일을 제대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학폭위 결정이 나온 뒤 허탈해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서면사과나 특별교육 이수 같은 처분이 내려지면 부모들은 "정말 이것으로 끝난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아이는 여전히 병원 치료와 상담을 받고 있는데, 학폭위 처분만으로는 피해가 제대로 회복됐다고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들은 뒤늦게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나는 학폭위 결정 자체에 이의가 있다면 이를 다툴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학폭위와는 별개로 청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학폭위와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애초에 목적이 다릅니다. 학폭위는 가해 학생에게 서면사과, 접촉금지, 특별교육, 출석정지, 전학, 퇴학 등의 조치를 통해 학교 안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면 손해배상청구는 피해 학생이 실제로 입은 치료비와 상담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 손해를 배상받기 위한 별도의 민사 절차입니다. 따라서 학폭위를 거쳤다고 해서 손해배상 문제가 함께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해서 학폭위 절차에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학폭위에서 전학이나 퇴학처럼 무거운 조치가 내려졌더라도, 그 결정만으로 치료비나 상담비를 보상받거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함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학폭위에서 서면사과처럼 비교적 가벼운 조치가 내려졌다고 해서 손해배상청구에 불리한 것도 아닙니다. 학폭위 조치의 수위와 민사상 손해배상은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손해배상청구의 상대방도 가해 학생 한 명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반복적인 폭력 행위를 알고도 적절한 지도·감독을 하지 않았거나, 학교로부터 여러 차례 지도를 요청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등 부모 나름의 잘못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가해 학생 본인과 함께 부모에게도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학교 측의 책임도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담임교사가 따돌림이나 괴롭힘의 정황을 미리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적절한 보호조치나 감독을 하지 않았다면 학교 측의 책임도 별도로 따져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폭위 절차를 거치는 동안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학폭위 결과만 기다리기보다는 손해배상청구에 필요한 자료도 처음부터 함께 준비해두는 것입니다. 병원 진단서와 치료 기록, 상담 내역, 등하교나 조퇴 기록, 사건 경위를 정리한 메모, 목격자 진술 등은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는 물론 이후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경우에도 핵심 증거가 됩니다. 특히 정신적 피해는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입증도 쉽지 않습니다. 사건 전후 아이의 행동 변화나 학교생활의 변화, 상담 기록 등을 꾸준히 남겨두면 이후 피해를 설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자료를 준비하는 것 못지않게, 학폭위 결정에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대로 넘어가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그 결정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고, 치료비와 위자료를 구하는 민사소송 역시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학폭위 절차와는 별개로 진행하면 됩니다. 오히려 학폭위에서 내려진 조치가 가벼울수록, 민사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할 필요성은 더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폭력은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 피해까지 학교 안에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폭위는 가해 학생에게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제도일 뿐, 피해 학생과 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절차는 따로 존재합니다. 따라서 "학폭위 결과가 나오면 모든 문제가 끝난다"는 생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피해 회복을 위해 필요한 절차와 권리를 처음부터 함께 살펴보는 것이 아이와 가족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