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사유 · 이혼가능성
CASE 05 이혼사유 · 이혼가능성

이혼 전에 집을 나가면 불리할까요?

"먼저 나가면 유책배우자가 된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중요한 건 별거의 결과가 아니라 이유입니다.

사례

아내는 오래전부터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남편과의 관계는 이미 많이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대화를 시작하면 다툼으로 끝났고, 같은 집에 살면서도 각자의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술을 마신 남편의 행동이었습니다. 화를 내면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일이 있었고, 아이들 앞에서 큰소리를 내며 아내에게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내는 집을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가 먼저 집을 나가면 가출한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면 네가 유책배우자가 돼."
"이혼소송에서도 불리하고 아이도 못 데려올 수 있어."

결국 아내는 두려워서 집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남편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자기가 집을 나가놓고 나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한다고? 말이 안 되지." 과연 배우자가 먼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은 이혼소송에서 그렇게 결정적인 문제일까요?

결론

집을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유책배우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집을 먼저 나가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아무런 이유 없이 배우자와 자녀를 두고 일방적으로 가정을 떠난 뒤 부양의무까지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을 나갔다는 사실 자체와 혼인파탄의 책임은 전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법원은 누가 현관문을 먼저 열고 나갔는지만 보지 않습니다. 왜 집을 나갔는지, 그 이전의 부부관계가 어떠했는지, 별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는지, 별거 후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부담했는지를 함께 봅니다. 오히려 이혼의사가 확고한 상태에서 실제 거주와 생활까지 분리되어 상당 기간 별거가 이어진다면,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집을 나가면 불리합니까?"라는 질문보다 먼저 "왜 집을 나가려고 하십니까?"라고 묻습니다. 그 이유에 따라 답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관련 법리 및 판결

별거와 '악의의 유기'는 다릅니다

부부에게는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며 협조할 의무가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2호도 배우자가 다른 일방을 악의로 유기한 경우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쪽 배우자가 집을 나가면 곧바로 악의의 유기가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악의의 유기를 정당한 이유 없이 부부로서의 동거·부양·협조의무를 포기하고 상대방을 버리는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별거하게 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배우자의 폭행 등으로 인해 주거에서 나와 별거하게 된 사건에서, 그러한 별거를 악의의 유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즉, 별거 = 악의의 유기라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할 때 법원은 혼인관계 전체를 살펴봅니다. 대법원 역시 혼인파탄 여부를 판단할 때 혼인계속의사, 파탄의 원인과 책임, 혼인기간, 자녀, 이혼 후 생활보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별거는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지만 별거기간 하나만으로 이혼의 인용 여부나 유책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례에 적용하면

가정폭력이 있다면 오히려 별거를 먼저 고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내가 집을 나오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남편이 싫어졌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술을 마신 뒤 물건을 던지고 욕설을 하며 아이들 앞에서도 위협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건이라면 저는 "집을 나가면 이혼소송에서 불리할까요?"라는 문제만 놓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현재 그 집에서 계속 생활하는 것이 안전한가를 봅니다.

가정폭력이 반복되고 있다면 피해 배우자가 단순히 "내가 먼저 집을 나가면 유책배우자가 될까 봐"라는 걱정 때문에 위험한 공동생활을 계속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아이들 앞에서 폭력이 반복된다면 문제는 부부 사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직접 폭행을 당하거나 심각한 정서적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아동학대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오히려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여 생활을 분리하고, 필요한 경우 경찰신고나 적절한 보호절차를 검토하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별거 이후에는 왜 집을 나오게 되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도 중요합니다. 폭행이나 협박에 관한 문자메시지, 사진, 진료기록, 경찰신고 내역, 당시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린 내용 등이 있다면 별거의 경위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아내가 먼저 집을 나왔다는 사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왜 나왔는가"입니다.

이혼전문변호사로서의 코멘트

별거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저는 이혼상담에서 별거에 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제가 먼저 집을 나오면 불리하죠?" 그런데 실제 사건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별거를 혼인파탄의 결과인 동시에, 그 이후 혼인관계의 상태를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가 심각하게 갈등하면서도 같은 집에 살고 있으면 외부에서 보기에는 여전히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면 실제 거주지를 분리하고 경제생활과 일상생활도 나누어 각자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 혼인공동생활의 실체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별거가 장기화되면 앞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혼인파탄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이혼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집을 나가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별거는 소송기술이 아니라 실제 삶의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훨씬 신중해야 합니다. 아이를 누가 데리고 나갈 것인지, 현재 누가 주로 양육하고 있는지, 학교와 생활환경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별거 후 양육비와 생활비를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반대로 배우자가 먼저 집을 나갔다면?

이 부분도 중요합니다. 피고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억울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어느 날 집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이혼소장이 왔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가정을 버리고 나갔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혼을 청구하지?"

하지만 이 생각만 가지고 사건에 대응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먼저 집을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이혼청구를 기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이전의 혼인생활을 살펴봅니다. 왜 상대방이 집을 나갔는지, 별거 전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피고에게 폭언·폭행·경제적 통제 등 문제가 있었는지, 두 사람이 이미 사실상 부부공동생활을 하지 않고 있었는지를 봅니다.

따라서 피고가 "저 사람이 먼저 나갔으니 나는 이긴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원고가 주장하는 별거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반박해야 합니다. 반대로 정말 특별한 이유 없이 배우자와 자녀를 두고 가정을 떠난 뒤 부양의무까지 외면했다면,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별거의 시작보다 별거의 이유가 중요합니다.

별거를 시작한다면 미리 정리해야 할 것

별거를 결심했다면 감정적으로 가방만 들고 나오는 것보다 몇 가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자녀가 있다면 양육문제를 정리해야 합니다. 부부 공동재산에 관한 기본적인 자료도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부동산, 예금, 보험, 주식, 대출 등 향후 재산분할에서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중요한 물품이나 서류도 챙겨야 합니다.

다만 상대방의 휴대전화나 계정에 무단으로 접근하거나 자료를 가져오는 등 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별거 이후 배우자와 연락하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필요한 자녀 문제와 생활비 문제는 정리하되, 감정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분쟁을 만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CHECK POINT
내가 집을 나오려고 한다면
  • 왜 별거하려는지 스스로 명확하게 정리합니다.
  • 단순한 일시적 다툼인지, 이혼의사가 확고한 상태인지 구분합니다.
  • 가정폭력이나 위협이 있다면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합니다.
  • 자녀가 있다면 누가 실제로 양육할 것인지 먼저 고민합니다.
  • 별거 후 생활비와 양육비를 어떻게 부담할지 생각합니다.
  • 재산분할에 필요한 기본적인 재산현황을 확인합니다.
  • 별거의 경위를 보여줄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이혼에 유리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별거를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배우자가 먼저 집을 나갔다면
  • 상대방이 먼저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유책배우자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 상대방이 주장하는 별거의 원인을 확인합니다.
  • 별거 직전 부부관계가 어떠했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 폭언·폭행·경제적 문제 등에 관한 상대방 주장이 사실인지 검토합니다.
  • 상대방이 자녀를 데리고 나갔다면 현재 양육상태를 확인합니다.
  • 정말 정당한 이유 없이 가정을 떠나 부양·협조의무를 포기한 것이라면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집을 먼저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유책배우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혼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집을 나갔느냐보다 왜 별거가 시작되었고, 그 이전과 이후의 부부공동생활이 실제로 어떤 상태였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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