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25년 넘게 혼인생활을 했습니다. 남편은 오랫동안 사업을 했고, 아내는 주로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했습니다. 자녀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고 부부에게는 아파트와 상가, 토지, 금융재산 등이 있었습니다.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 아내는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했습니다. "25년 넘게 살았으니 재산은 절반씩 나누는 거죠?" 남편 역시 주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즘 황혼이혼은 거의 50대 50이야." 그러다 보니 남편에게는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어차피 법원에서 절반씩 나눌 거라면 비싼 돈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할 이유가 있습니까?"
상당히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실제로 장기간 혼인한 부부의 재산분할 사건에서는 50%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사건에서 오히려 다른 질문을 합니다. "50%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무엇의 50%이고, 그 50%를 어떤 재산으로 지급할 것인가요?" 재산분할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비율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기혼이라고 무조건 50대 50도 아니고, 50대 50이라고 재산분할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오랜 기간 혼인생활을 하면서 한쪽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하고 다른 배우자가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했다면, 가사와 육아 역시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장기간 혼인한 사건에서는 결과적으로 부부의 기여도가 비슷하게 평가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에 "20년 이상 혼인하면 재산을 50대 50으로 나눈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혼인기간이 길더라도 한쪽 배우자가 혼인 전부터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거나, 부모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증여·상속받았거나, 특정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가 현저하게 다르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설령 부부의 기여도가 50대 50으로 인정된다고 가정해도 재산분할 사건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재산분할 대상인지, 그 재산의 가치를 얼마로 볼 것인지, 어떤 채무를 포함할 것인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재산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재산분할을 단순히 "몇 퍼센트를 받을 것인가"의 문제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 퍼센트로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까지가 재산분할입니다.
50%라는 숫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고 분배하는 제도입니다. 법원은 혼인기간, 각자의 경제활동, 가사와 육아, 재산의 취득과 유지 과정, 혼전재산과 상속·증여재산의 존재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기여도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장기간 혼인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기여도가 자동으로 50%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재산분할 비율은 원칙적으로 개별재산 하나하나에 서로 다른 기여도를 정하는 방식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도 재산분할 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가 아니라 전체 분할대상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대한 당사자의 기여 정도와 기타 사정을 종합하여 정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 없이 "아파트에는 아내가 50% 기여했고, 상가에는 30%, 예금에는 70% 기여했다"는 식으로 모든 재산에 각각 다른 기여도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재산분할 방법은 아닙니다.
50%를 정한 다음에는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의 순재산이 20억 원이고 양쪽의 몫이 50%씩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부동산을 처분해서 현금 10억 원씩을 나누어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편이 사업에 사용하는 12억 원 상당의 상가가 있고, 아내가 거주하고 있는 5억 원 상당의 아파트가 있고, 나머지 3억 원이 금융재산이라면, 어떤 재산을 누구에게 귀속시키고 차액을 어떻게 정산할 것인지에 따라 실제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최근 대법원도 재산분할 방법을 정할 때 한쪽 배우자에게 재산을 귀속시키고 다른 배우자에게 거액의 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법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구체적인 사건에서 형평에 맞도록 현물분할과 대상분할 등 여러 방법을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비상장주식이나 사업체 지분처럼 현금화하기 어렵고 특정 배우자에게 귀속시킬 필요성이 큰 재산에서는 분할방법 자체가 사건의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재산분할에서는 비율을 정하는 문제와 실제 재산을 나누는 문제를 구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남편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50%를 45%로 낮추는 것뿐일까요?
처음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기여도가 50%로 인정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여도를 낮출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면 충분히 주장해야 합니다. 남편이 결혼 전에 상당한 재산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면 그 재산의 취득경위와 혼인 당시 가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증여받거나 상속받은 재산이 있다면 그 자금출처도 밝혀야 합니다. 사업체의 형성과정에서 남편 개인의 특별한 기여가 있었다면 그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25년 이상 혼인생활을 했고 그동안 아내가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면서 재산이 형성·유지된 사건이라면 50%라는 숫자를 몇 퍼센트 낮추는 것만을 소송의 목표로 삼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전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남편에게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상가를 유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토지는 향후 사업을 위해 처분해서는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내에게는 이혼 후 실제 거주할 아파트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단순히 "남편은 아내에게 1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다면 남편은 사업용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하거나 상당한 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분할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아내에게 거주 중인 아파트를 귀속시키고, 일부 금융재산을 이전하며, 부족한 부분만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부동산을 상대방에게 이전하는 것이 거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양쪽 모두에게 현실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변호사의 역할은 50%를 47%로 만드는 것만이 아닙니다
장기간 혼인한 부부의 재산분할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어차피 반반인데 변호사를 왜 선임합니까?" 저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부부의 전체 재산이 명확하고, 혼전재산이나 상속·증여재산에 관한 다툼도 없고, 채무에도 문제가 없으며, 부부 모두 50%라는 기여도에 동의하고, 어떤 재산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까지 합의되어 있다면 굳이 오랜 재산분할 소송을 할 이유가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건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무엇의 50%'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재산분할 비율이 똑같이 50%라고 해보겠습니다. 전체 순재산이 100억 원이면 50억 원이고, 전체 순재산이 80억 원이면 40억 원입니다. 기여도 5%의 차이보다 누락된 재산 20억 원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중요한 사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산분할에서는 먼저 전체 재산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부동산, 예금, 보험, 주식, 퇴직금, 사업체, 법인지분, 채무, 이미 처분된 재산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그 재산의 가치가 얼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부동산이라도 평가금액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비상장주식이나 사업체가 있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따라서 50%라는 비율을 논하기 전에 50%를 곱할 재산의 가액부터 정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어떤 재산을 가져갈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장기혼 재산분할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금 5억 원과 시가 5억 원의 부동산은 숫자만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재산은 아닙니다. 부동산에는 대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계속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부동산일 수도 있고, 향후 처분이 어려운 토지일 수도 있습니다.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부동산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재산을 지급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면 몇 퍼센트를 덜 줄 수 있을까?"만 고민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내가 반드시 남겨야 할 재산은 무엇이고, 어떤 재산을 상대방에게 이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부동산을 넘기는 것도 재산분할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에게 사업용 상가와 거주용 아파트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남편에게 상가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산이고, 아내에게는 이혼 후 거주할 주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상가는 남편에게 귀속시키고 아파트를 아내에게 이전하면서 나머지 차액만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이 양쪽 모두에게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내에게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중요하다면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부동산을 귀속시키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세금, 담보대출, 임대차관계, 등기비용 등 추가적인 문제를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부동산의 시가만 맞춘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재산분할은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장기혼 재산분할이라면 / 재산을 지급해야 하는 입장
- 혼인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50%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 혼전재산과 상속·증여재산을 구분합니다.
- 누락된 재산이 없는지, 부동산·주식·사업체의 평가가 적절한지 확인합니다.
- 기여도를 몇 퍼센트 낮추는 것만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재산과 사업용·생활용 재산을 구분합니다.
- 현금지급과 현물분할을 조합할 수 있는지, 부동산 이전 시 세금·대출·임대차 문제를 확인합니다.
재산을 받아야 하는 입장
- 단순히 50%라는 숫자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 50%를 계산할 전체 재산이 정확한지 먼저 확인합니다.
- 상대방의 법인·주식·퇴직금·보험 등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 현금과 부동산 중 무엇을 받는 것이 유리한지, 대출·임대차·세금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좋은 재산분할은 숫자를 맞추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혼 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재산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재산분할은 계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설계의 문제입니다.

